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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장이 유씨 -의정부예술의전당 제공 |
“죽는 거 무서워들 말어.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
죽음을 소재로 한 연극,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겁다 그리고 지루하다. 어느정도 작품성은 인정하겠지만 웬지 재미는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연극. 하지만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들은 시종일관 폭소와 함께 자신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연극이 바로 ‘염쟁이 유씨(임인경 작·위신성 연출)’다.
염쟁이 유씨는 대를 이어 평생을 시체 수습하는 일만 해온 주인공이 염쟁이 일을 그만두겠다며 마지막 염을 하는 날의 이야기다.
유씨는 조상 대대로 염을 업으로 살아온 집안에서 태어난 염쟁이다. 평생 염을 하며 여러 양태의 죽음을 접하다 보니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다. 그러던 어느날 일생의 마지막 염을 하기로 결심하고 몇해 전 자신을 취재하러 왔던 기자를 부른다. 유씨는 기자에게 수시로부터 반함, 소렴, 대렴, 입관에 이르는 염의 절차와 의미를 설명하며 염의 전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겪어온 사연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염쟁이가 된 사연, 조폭 귀신과 놀던 일, 일가족의 죽음을 접하면서 산모를 염할 때의 곤욕감, 유산을 둘러싸고 부친의 시신을 모독하는 자식들의 한심한 작태,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들 이야기까지. 마지막 염을 마친 유씨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죽는 거 무서워들 말어.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라고.
극은 유순웅씨 1인의 모노드라마로 이끌어간다. 판소리 장단의 사설과 관객들을 쥐락펴락 하는 즉흥연기로 배꼽을 잡게 하고, 대미를 장식하는 아들 이야기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그러면서 관객 중 한 명에게 기자역을 맡겨 극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염쟁이 유씨와 말을 주고 받는다. 또 몇몇은 염쟁이 유씨와 함께 극중 배역이 돼 연기한다. 유씨는 염을 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얘기한다. “공들여 쌓은 탑도 언젠가는 무너지지만, 끝까지 허물어지지 않는 건 그 탑을 쌓으면서 바친 정성이여. 산다는 건 누구에겐가 정성을 쏟는 게지. 죽은 사람 때문에 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사람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이 더 소중한 게여.”
이런 대사가 이어지면 분위기가 무거울 것 같지만 실상 관객들은 극중 인물이 되면서 망자의 자녀와 며느리 역할을 하고 때론 삿대질도 하면서 어설픈 연기나 예상치 못한 열연에 극장 안은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오는 26~27일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 가면 전당이 마련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 5 시리즈’의 세번째 무대로 만나볼 수 있다. 26일 오후 7시30분, 27일 오후 3·7시. 전석 2만원, (031)828-5824·5841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경기일보] 2008-9-5/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