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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 런던 애비로드(Abbey Road) 스튜디오는 무척 덥고 습했다. 21시간 동안 비발디(1678~1741) 첼로 협주곡 7곡을 녹음하던 장한나 씨(26) 왼손 새끼손가락이 그 습기와 땀을 견디지 못하고 첼로 현(絃)에 찢겨 피가 흘렀다. 그런데 상처에 반창고를 붙일 수가 없었다. 붙인 반창고가 계속 옆줄을 건드렸기때문이다. 상처 부위로 줄을 누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쓰라렸지만 비발디 선율에 몰입한 덕분에 녹음을 마칠 수 있었다. 바로크 시대 대표 작곡가 비발디 음악은 그의 감성을 녹이고 열정을 불러내 시간가는 줄 모른 채 빠져들 수가 있었다.
뉴욕 자택에 머물고 있는 장씨는 6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습도 때문에 늘어난 활털을 조이고 또 조이고, 런던 체임버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격렬한 토론을 거치면서 치열하게 녹음했다"며 "비발디 음악은 저지방 우유처럼 날씬하면서도 황소처럼 힘이 넘치고 다양하고 풍부한 색채감을 갖고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비발디는 첼로 협주곡 30여 곡을 작곡해 '반주악기'에 불과하던 첼로를 '솔로악기'로 격상시킨 작곡가. 차이콥스키나 프로코피예프 등 낭만주의 첼로 협주곡은 오케스트라와 첼로 독주자가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운다면 비발디 작품은 속으로 운다. 그 느낌에 대해 장씨는 "비발리 작품의 오케스트라는 홀로 애처롭게 연주하는 독주자를 모른 척하면서도 든든하게 지켜준다"고 설명했다.
비발디 협주곡 중 가장 개성 있는 7곡을 골라낸 그는 'RV 418 협주곡'에 강한 애정을 보였다. 그 곡을 연주할 때는 마치 '빙하 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이 곡의 오케스트라 선율은 아주 냉정해요. 빙하로 가득한 바닷속 물결처럼 차갑죠. 비발디 선율은 넓고 큰 빙하처럼 천천히 긴장감 있게 움직이는게 특징이에요. 첼로는 그 흐름을 타고 유유히 나는 갈매기가 되죠. 자유와 평화, 안락함이 느껴져요.나머지 6곡에서도 다양한 감정과 리듬, 조화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음반은 정통 바로크 스타일이 아니라 현대 음악 느낌이 나도록 연주했다. 시대를 앞서간 빨간머리 사제인 비발디의 놀라운 상상력과 예지력을 살려주기 위해서다.
장씨가 녹음한 비발디 작품은 런던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11월 3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출발해 4일 통영시민문화회관, 5일 성남아트센터, 7일 세종문화회관, 8일 의정부예술의전당, 9일 오후 8시 서울예술의전당 등으로 이어진다. 전국 투어를 마친 후에는 유럽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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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2008.10.06 17:19:39/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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