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일보]주민 눈높이 맞춘 ‘쉽고 재밌는 오페라’
  • 등록일2008-12-24| 작성자 관리자

주민 눈높이 맞춘 ‘쉽고 재밌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와 함께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로 일컬어지는 ‘코시 판 투테(Cosi fan Tutte)’를 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들뜬 마음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코시 판 투테는 ‘여자는 다 그래’라는 뜻으로, 이 작품은 모차르트 오페라 중 가장 성공을 거둔 ‘오페라 부파’, 즉 코미디 오페라 중의 하나로 경쾌하고 익살스러운 모차르트 음악의 매력을 가장 잘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요즘 관객들, 특히 여성 관객들로부터 ‘음악은 아주 황홀한데 내용은 정말 한심하다’는 평을 받곤 한다.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 오페라 하우스의 인기 레퍼토리로 빈번히 공연되고 있는 이 작품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했기에 이처럼 혹평을 받을까, 그런데 어떻게 오페라의 혁명이라는 칭송을 받을까…’,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는 동안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서곡과 함께 의정부오페라단 11번째 정기공연 오페라 ‘코시 판 투테’(예술총감독 강신택, 11월27~28일,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의 막이 올랐다.

모두 2막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두 쌍의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1막이 시작되자 군인 복장을 한 페란도(테너 조성환)와 굴리엘모(베이스 박경종)가 늙은 남자 돈 알폰소(바리톤 정지철)와 함께 등장한다. 두 젊은 장교들은 각자 자기 약혼자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열정적인 사랑으로 오직 자신만을 사랑하며 절대로 마음이 변치 않을 거라며 자랑을 늘어 놓는다. 그러자 옆에서 그 소리를 들은 알폰소가 “그럴 리 없다. 여자는 다 똑같다”며 비웃는다.

결국 이 세 남자는 여자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내기를 하게 된다.
두 남자는 갑자기 군대의 출동 명령이 내렸다면서 이별을 선언한다. 슬픔에 잠긴 피오르딜리지(소피라노 오은경)와 도라벨라(메조 소프라노 박수지)는 배를 타고 떠나는 이들을 위해 ‘부드러운 바람이여’를 노래하며 눈물의 이별을 한다. 알폰소는 두 여자의 하녀인 데스피나(소프라노 고미현)에게 뇌물을 주고 내기에 끌어들여 두 여자가 약혼자들을 그리워하며 슬퍼할 때 “남자가 떠났으면 다른 남자를 찾는 게 좋다”고 은근히 부추기게 한다.
그때 마침 멋지게 생긴 터키 남자들이 등장하는데, 실제로는 페란도와 굴리엘모가 변장한 것. 알폰소의 계획에 따라서 두 남자는 자기 약혼자가 아닌 상대방의 여자에게 접근한다. 그들은 여자들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애원을 하다가 기절도 하고, 자살하겠다고 위협도 하는 등 별별 방법을 다 써서 유혹한다.
이런 남자들의 노력에 망설이던 두 여자는 결국 마음이 변해서 떠난 약혼자들을 잊고 두 터키 남자와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이 일이 성공해야 돈을 받는 데스피나는 이번에 결혼 공증인으로 변장하고 나타나 일을 서두른다.
그런데 결혼식을 올리려는 순간 약혼자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들은 옥신각신 끝에 결국 다시 화해하게 되고 결혼식을 올린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이 작품은 여자를 남자들에게 속아 넘어가는 ‘속물’로 그리고 있어 요즘 여성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공연 말미에 ‘남자는 더 그래’를 함께 외치는 장면이 삽입되기는 했지만, 난데없이 부르짖은 그 외침은 여성 관객들의 불편함을 누그러뜨리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한편 이 오페라가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일면 이해가 됐다. 주인공 한두 명이 독점이라도 하듯 많은 노래를 혼자 부르는 보통 오페라와는 달리 이 작품은 주요 등장인물 여섯 명 중 누구 하나 주인공이랄 수 없이 모든 노래가 아주 공평하게 나뉘어 있었다.
솔로로 시작됐다 하더라도 곧 2중창이 되고 계속해서 3중창, 4중창, 5중창, 6중창으로 변하는 등 작품 전체가 멋진 합창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도라벨라 역을 맡은 박수지씨의 음색이 다소 약하게 느껴졌으며, 배우들의 노래가 한쪽으로 치우쳐 반대편에 있는 배우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게 들려 의도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배우들의 대사와 제스처에 있어서도 숙련이 부족해 보였다. 오페라 배우들에게 능숙한 연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는 듯한 대사는 어색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물론 의정부오페라단의 이번 공연은 지역 오페라단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보통 세 시간 안팎의 시간이 걸리는 이 오페라의 공연시간을 두 시간 이내로 줄인 것을 비롯해 몇몇 대사들을 한국적 대중 정서에 맞게 각색한 것이나, 공연 마지막에 김문원 시장을 등장시킨 것은 지역민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윤철원기자 ycw@kgib.co.kr




<전문가비평> 한국적으로 각색… 관객과 소통 노력에 박수를

흔히 ‘오페라의 꽃’은 아리아라고 한다. 그러나 아리아가 오페라에서 분리되어 불릴 수도 있는 일반적 형식을 취하는 데 비해, 이중창, 삼중창 등의 중창은 음악과 극의 결합체인 이 장르의 고유한 정체성과 특징을 담보해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중창은 오페라의 다른 어떤 요소보다 인물 사이의 갈등과 화해의 상황 및 그것의 전개를 극적으로 구성하고 동시에 그것을 음악적 조화로 표현해 내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코시 판 투테’는 아리아에 비해 중창의 비중이 크고 극음악으로서 중창의 특성과 역할을 잘 드러내는 대표적인 오페라 중 하나이다.

지난 11월27일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의정부오페라단의 ‘코시 판 투테’ 역시 무엇보다 이러한 중창의 묘미를 적절히 부각시켜낸 무대였다. 출연진들은 전반적으로 균형잡힌 앙상블을 이루면서도 탄탄한 성량과 기교를 토대로 풍부한 악상 표현을 이끌어내며 장면마다 요구되는 분위기를 모자람 없이 구현해내었다. 피오르딜리지 역의 소프라노 오은경과 도라벨라 역의 메조 소프라노 박수지는 각각 음역의 특성을 선명히 드러내는 음색으로 ‘아, 보라, 나의 자매여’와 ‘저 갈색머리가 마음에 들어’ 등에서 대조와 조화가 어울어지는 이중창을 들려주었다. 페란도, 굴리엘모, 알폰소 역의 남자 가수들은 서두의 삼중창 ‘아름다운 세레나데를 보내리라’를 안정감 있는 호흡으로 맞추었으며 여성 배역들과의 이중창들에서도 풍부한 감성을 전달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 데스피나 역의 고미현은 중창뿐만 아니라 윤기 넘치는 음색으로 부른 아리아 ‘여자 나이 열다섯이면’에서 큰 갈채를 받았다.
‘코시 판 투테’를 구성하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러나 그 밖에 이 오페라의 플롯이나 노랫말, 그리고 18세기 오페라의 장르적 특징 등은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청중들에게는 그다지 익숙한 대상이라고 하기 어렵다. 21세기 한국 시민 청중의 취향과 원작 오페라의 문화적 배경 사이에는 시공간적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의정부 오페라단의 ‘코시 판 투테’는 이러한 낮선 요소를 희석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로 일반 관객들이 어렵지 않게 오페라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예로, 먼저 원작의 레치타티보(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를 생략하고 그것을 한국어 대사로 각색하여 대체한 점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소 단순한 플롯 전개를 지리멸렬해지는 경향 없이 이어 나갔으며, 코믹한 장면의 연출도 원작에 비해 확대하는 것이 가능했다. 더불어 이러한 레치타티보와 몇몇 노래를 생략하면서 보통 세 시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 이 오페라의 공연시간을 두 시간 이내로 줄인 것도 현대 청중들의 수용 한계를 고려했을 때 적절한 선택이었다. 또 ‘여자는 다 그래’로 번역되는 이 ‘코시 판 투테’의 줄거리는 반페미니즘이라고 언급한 이가 있을 만큼 남성의 시각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남자는 더 그래’를 함께 외치는 장면을 삽입한 부분도 비록 큰 호응은 없었지만 요즘 관객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해소시키기 위한 장치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창뿐만 아니라 각 배역들의 연기와 노래에 수반되는 제스처도 자연스럽고 인물들의 성격을 무난하게 드러내어 기대보다 친근감 있는 무대를 구성할 수 있었다. 특히 데스피나 역의 고미현은 변장에 따라 달라지는 배역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드러내며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 외에도 오페라 부파임에 불구하고 스펙터클에 공을 들인 연출 역시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무대와 의상은 화사한 색감을 지녔으며 특히 무대 중앙에 계단을 배치하여 등장인물들의 동선을 입체적으로 구성한 것은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효과를 주었다. 다만 곳곳에 등장한 무용 역시 스펙터클을 위한 시도였으나 이를 위한 무대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데다가 무용이 종종 배경이 아닌 전경으로 드러날 정도로 이 오페라의 노래들이 압도적인 것이 아니어서 이는 오히려 관객의 시선을 산만하게 하는 역효과를 발생시켰다.

이날 공연에서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오케스트라 쪽에 있었다. 연주는 안정적인 편이었으나, 공연장 오케스트라 피트의 건조한 음향도 만족스럽진 않은데다가 오케스트라는 서곡을 비롯하여 군데군데 극적인 굴곡을 충분하게 드러내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 다소 평탄한 중창이 중심이 된 오페라였던 만큼 오케스트라에서 모차르트 음악의 이디엄들을 보다 색채감 있게 드러냈더라면 좀더 흥미진진한 극적 흐름이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오페라단이 오페라 한 편을 무대에 올리기엔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상당수의 공연이 갈라콘서트 등으로 치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조건 속에서도 의정부오페라단은 몇 년 전부터 정격성을 갖춘 오페라 공연을 꾸준히 진행해 오면서 내용적으로도 더욱 완성도를 높여 가고 있다. 매년 올해보다는 내년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장인종 음악평론가



[경기일보]2008-12-22/장인종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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