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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불황넘기 ‘바꿔, 바꿔’
공연계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엄숙한 공연’ 관람은 옛말이다.
기분에 따라 와인 한 잔, 달콤한 아이스크림 한 입 맛보며 공연을 볼 수 있다. ‘저녁 8시 공연’의 공식도 깨졌다. 관객이 원한다면 아침, 심야를 가리지 않는다.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불러모으기 위한 불황타개책이다. 관객의 오감 만족에 나선 공연계의 새 흐름을 따라가봤다.
아침이든 밤이든 연극은 계속된다 # 밤낮 가리지 말라, 관객 편한 시간이 최고다
27일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는 오전 11시 연극 한 편이 공연된다. 이른바 ‘모닝 연극’이다. 그동안 ‘브런치 공연’이란 이름으로 클래식 연주공연이 있긴 했지만 모닝 연극은 이례적인 일이다. 평소 밤 10~11시쯤 끝나는 공연에 몸시계가 맞춰져 있는 배우들에게 오전 11시는 ‘황당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주부 관객을 겨냥한 모닝 연극 1탄은 여성들의 성을 다룬 <버자이너 모놀로그>로 전수경·최정원·이경미 등이 출연한다. 최정원을 비롯한 배우들은 아침 공연에 대해 “죽음이죠, 하지만 관객들이 원한다면…”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은 <늘근 도둑 이야기> <고도를 기다리며> <라이어 1탄> 등을 차례로 올릴 예정이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의 공연기획부 윤송이씨는 “처음에는 무척 걱정했지만 보름 전에 이미 매진(237석)됐다. 관객들을 위해 공연장 로비에 원두커피와 다과까지 준비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도 박정자의 클래식 모노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4월2~23일)와 <김주원이 들려주는 발레이야기>(4월30일~5월28일)를 오전 11시 오디토리움(대강당)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반대로 심야 연극도 생겨난다. 대학로 신연아트홀에서는 6월26일부터 닐 사이먼 원작의 연극 <헐리우드에서 온 손님>(가제)을 무대에 올린다. 공연은 평일 밤 10시30분, 주말 밤 10시에 시작된다. 퇴근이 늦은 직장인이나 심야족을 겨냥한 것이다.
음료 반입 ‘OK’… 공연중엔 ‘와인 한잔’ # 공연을 보며 입도 즐겁게 하라
뮤지컬 <드림걸즈>가 공연되고 있는 샤롯데씨어터에서는 무대 바로 밑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다. 쉬는 시간에는 야구장처럼 수레를 끌고 객석 사이를 돌아다니며 판매한다. 물론 공연 중 먹을 수 있다. 그동안 물 외에는 음식물의 객석 반입이 금지돼왔지만 뚜껑이 달린 커피와 주스류를 갖고 당당히 들어갈 수 있다. 쇼 성격이 강한 작품 특성상 제작사와 협의해 관객 편의를 도모한 것이다.
샤롯데씨어터 측은 “지난 한 달간 시행하며 항의한 관객은 1명에 불과했고 대부분 반기고 있어 부가적인 매출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객석에 앉아 술 한 잔을 떠올린 관객도 있었을 것이다. 오는 6월 문을 여는 뮤지컬전용극장 신촌아트레온시어터는 아예 극장 2층 객석 로비에 와인바를 들여놓을 계획이다. 미니 사이즈의 와인병을 들고 공연 중 2층 객석에 한해 마실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아트레온 안지영 기획팀장은 “해외에서는 작품 성격에 따라 와인, 맥주 등 술과 음료를 즐기게 한다. 그동안 극장 관리상의 문제로 금지해온 일이 많은데 앞으로는 관객들의 다양한 욕구충족에 극장운영의 방향이 맞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할인 또 할인… 아예 티켓값 ‘싹둑’ # VIP석을 없애고 티켓값을 낮춰라
공연계 사람들은 “요즘 관객들은 1000원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한다. 티켓값은 놔두고 할인폭을 높일까, 아예 가격을 낮출까 고민이 크단다. 그러나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티켓값을 내리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오는 4월7일부터 호암아트홀에서 공연하는 <내 마음의 풍금>은 VIP석을 없애는 등 기존 4등급으로 나누던 좌석을 2등급으로 단일화했다. 제작자 김종헌 대표는 “지난해 7만원짜리 VIP석에서 보던 공연을 이번엔 똑같은 자리에서 5만원에 볼 수 있다. 관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30% 티켓값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김수용·소냐·박준면·김영주 등이 등장하는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 <더 라이프>도 티켓값을 확 내렸다. 4월21일부터 한전아트센터에서 시작되며 R·S석이 4만4000~3만3000원에 책정됐다. 백암아트홀의 조설화 기획·홍보과장은 “외국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은 환율상승으로 티켓값을 더 올려야 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김희연기자 egghee@kyunghyang.com>
[경향신문]2009-03-27 14:08:32/김희연기자 eggh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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