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다시 문 연 명동예술극장-‘오늘’과 소통하지 못한 레퍼토리
  • 등록일2009-06-16| 작성자 관리자


[문화노트] 34년 만에 다시 문 연 명동예술극장
              ‘오늘’과 소통하지 못한 레퍼토리


공감 얻기 힘든 개관작 … 썰렁한 객석


1960, 70년대 서울 명동 국립극장은 한국 연극의 뿌리였다. 명동의 낭만과 멋스러움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건 단지 과거형이었다. 75년 국립극장이 남산 장충동으로 옮기면서 명동 예술혼은 명맥이 끊겼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상점과 유흥시설이었다. 그렇게 잊혀질 것 같았던 추억의 명소가 34년만에 부활하리라 누가 짐작했을까. 감격해하는 장민호·백성희·최은희·황정순 등 원로 연극인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것만으로도 아름다웠고 각별했다. 명동예술극장의 복원은 한국 연극 ‘정통성의 회복’이었다.

연극인들의 절대적 지지는 당연했다. 미디어의 뜨거운 관심 속에 개관작 ‘맹진사댁 경사’가 5일 문을 활짝 열었다. 그렇다면 그 열기와 응원 속에 552석의 객석 또한 꽉 찼을까. 아쉽지만 결과는 기대에 모자란다. 개막한 지 열흘 정도 지난 현재 유료 객석 점유율은 50% 수준이다.

관객이 왜 안 들까. 아직 명동예술극장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서? 말랑말랑한 것에 물든 관객이 깊이있는 연극을 볼 안목이 없어서? 그것도 틀린 얘기는 아니겠지만 본질적으로 ‘맹진사댁 경사’란 작품 자체가 가지는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작품은 1940년대 쓰여졌다. 당시로선 양반으로 상징되는 가진 자에 대한 풍자, 혹은 지식인의 허위의식을 꼬집는 게 통쾌했을 것이다. 그러나 2009년 한국 관객에게 이런 소재와 주제, 그리고 얼개는 너무나 흔한 얘기다. 누구나 알 만한 뻔한 콘텐트로 정통성의 회복이라는 ‘긴장감’을 담보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건 무리 아닐까.

극장측은 “‘맹진사댁 경사’엔 10대부터 80대 배우까지 등장한다. 신·구 배우를 아우르는 통합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후 예정된 작품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는 극작가 최인훈 등단 50년을 기리는 뜻에서, ‘밤으로의 긴 여로’는 초연 연출가 이해랑 선생 타계 20주년을 기념해서다. 모두 뜻 깊은 의도지만 철저히 공급자 위주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


한국 연극이 현재와 같은 위기를 맞은 건 수요자인 관객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연극엔 현실이 없다. 88만원 세대의 초조함이, 사오정들의 절망감이, 황혼 이혼의 쓸쓸함이 없다. 그 자리를 채우는 건 그리스 신화나 셰익스피어·체호프 등이다. 연극인들이 명작이라는 이름값에 매달려 있는 사이 관객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관객이 목말라하는 건 ‘오늘’과 ‘우리’라는 공감이다.

명동예술극장이 과거의 명성을 되살리고자 한다면 70년대 관객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듯, 지금은 2009년의 관객을 빨아 들여야 한다. 대중과의 소통은 연극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최민우 기자

[중앙일보]2009.06.16 01:26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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