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2007.03.07 22:04 / 오경환기자 khoh@chosun.com안준호기자 libai@chosun.com
봄비가 촉촉히 대지를 적시던 지난 2일 경기도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이진배(李溱培·64) 관장을 만났다. 이 관장은 문화관광부 차관보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경희대와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의정부예술의전당 관장에 취임했다. 다음은 이 관장과의 일문일답.
―문광부 차관보 등 요직을 두루 거쳐서 주변에서 기대가 크다. 예술 정책과 경영에 대한 철학을 말해달라.
“예술 경영은 예술 정책과 연관된다. IMF 이후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정책은 수익성 추구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심지어 국립극장까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문화예술이 높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오랜 동안의 문화 축적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창의성이 고양되고, 창의성이 산업성과 연관될 때에라야 높은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동안 과정은 생략된 채 결과만 중시됐다. 시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극장이 존재하는 이유는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익성 추구에 있다. 공익성 추구는 예술의 수월성을 찾는 것으로, 문화의 보편적 가치를 고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앞으로 의정부예술의전당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세 가지 경영 목표를 갖고 있다. 첫째, 예술경영은 가치경영이다. 가치경영은 곧 문화의 보편적 가치의 고양을 뜻한다. 의정부 시민의 문화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건설하고, 창의성을 개발해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작품을 의정부 시민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치경영의 첫 번째 과제다. 둘째, 서비스 경영이다. 작품과 관객의 만남을 원활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고, 주민의 쉼터가 될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로 운영할 계획이다. 의정부 시민 모두를 위한, 의정부 시민 모두에 의한 예술의전당으로 만들 것이다. 13일 시작되는 ‘모닝 콘서트’ 등 예술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쌍방향 소통과 나눔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셋째, 시민과 함께하는 파트너십(partnership) 경영이다. 올해 6회째 국제음악극축제를 준비중이다. 거리 퍼레이드로 시작하는 축제에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에 의한 축제가 되도록 할 생각이다.”
―올해 준비하고 있는 대표적인 축제는 무엇인가?
“천상병 예술축제가 4월 27일부터 5월 9일까지 열린다. 고(故) 천 시인은 고난의 세월을 겪으면서도 무소유의 삶과 순진무구한 정신적 가치를 남겼다. 물질만능에 찌든 사람들에게 돈과 관계없이 가장 인간다울 수 있는 아름다운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다. 또 뮤지컬과 오페라, 창극, 판소리까지 포함하는 국제음악극축제를 개최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나름의 수준 높은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산실(産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올해가 세기의 프리마돈나 마리아 칼라스 서거 30주년이다. 오페라에서 신화적인 존재인 마리아 칼라스 페스티벌을 올해 10월 개최할 예정이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마리아 칼라스의 오페라 의상을 전시하고, 그와 함께 협연했던 오페라 가수를 섭외해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단순히 그를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예술계가 한 걸음 더 세계로 전진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것이다.”
―시나 시민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시 자체가 문화예술의 도시가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예술의전당을 최대한 활용했으면 좋겠다. 주한미군이 철수한 이후의 시의 정체성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께서는 예술의전당을 쉼터로 이용해주시고, 많이 찾아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들이 예술의전당 식구가 돼서 시의 예술의전당, 대한민국의 예술의전당, 전 세계의 예술의전당으로 만들어 나가도록 큰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기 바란다.”
오경환기자 khoh@chosun.com
안준호기자 libai@chosun.com
입력 : 2007.03.07 22:04 / 수정 : 2007.03.07 22:04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