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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새롭고 또 한결같이… ‘불혹’ 고도 의 객석 유혹 극단 산울림 ‘고도를 기다리며’ 40돌 - 4일부터 기념무대
1969년 초연한 극단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올해로 꼭 40주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不惑)’의 나이인 산울림의 ‘고도…’는 40주년 무대를 지난달 일본의 세계적인 연극축제 도가(利賀)페스티벌에서 시작해 4, 5일 의정부 예술의전당(031-828-5841∼2)을 거쳐 8일부터 서울 신촌 산울림소극장(02-334-5915)에서 관객을 맞는다.
지난 8월27, 29일 일본 도야마(富山)현 난토(南)시 도가촌 창조교류관홀에서 40주년 기념무대의 막을 연 산울림의 ‘고도…’는 “세계의 그 어떤 고도보다 아름답고” “조화로운 교향악 같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 축제 폐막일에 진행된 마지막 공연은 보조석을 두 줄 더 깔고도 출입문을 열어 커튼막 앞에까지 입석 관객을 받는 등 200여명의 연극 마니아들이 관람, 성황을 이뤘다.
세계연극올림픽위원장인 그리스 연출가 데오도로스 테르조풀로스는 산울림의 ‘고도…’에 대해 “40년이 지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연출력”이라며 “공간의 활용, 시간의 배분은 물론 이 작품에서 표현하기 쉽지 않은 유머를 멋지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적인 통찰력으로 인간의 삶을 깊이 들여다봤고, 일상의 비극을 풍자적으로 잘 그려 냈다“며 “텍스트와 배우술이 죽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연극에 전범이 되기 충분한 작품으로 독일, 프랑스 등 그 어디서 본 ‘고도…’보다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줄리아드대에서 스즈키 메소드를 가르치고 있는 엘런 로렌은 “오래된 텍스트를 아주 새롭게 해석, 시간과 공간을 스마트하게 활용해 인간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며 “각각 개성 있게 잘 짜여진 배우들의 하모니가 마치 오케스트라 음악을 듣는 듯했다”고 말했다.
산울림의 ‘고도…’는 온통 회색인 무대에 목을 매달기에는 좀 작은, S자로 꾸부러진 나무 한 그루 아래서 블라디미르(애칭 디디·한명구)와 에스트라공(〃 고고·박상종)이 누군지도 모를 ‘고도’를 기다리며 벌이는 끝없는 장광설이다. 디디와 고고가 ‘고도’를 기다리며 수다를 떨고, 싸우고, 이해하면서 희망과 절망, 기쁨과 우울을 가볍게, 때로 무겁게 교직해 냈다. 여기에 폭군 포조(전국환)와 전혀 운 좋게 보이지 않는 하인 럭키(박윤석)가 등장, 상황을 더욱 애매하게 몰고 갔다. 가끔 소년(윤준호)이 등장, 고도가 곧 온다며 감질나는 희망의 돛대를 보여만 줬다.
“우리는 꽁꽁 묶여 있는 것이 아닌가” “피가 난다” “건강하다는 증거지” “격려의 말이 필요하단 말이오” “기억력이 농간을 부리는 거야” “헤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해. 언제든지 헤어질 순 있어도 인제 와서 그럴 필요는 없다” “끊임없이 지껄여야 생각을 안 하지” “살았던 것만으로는 부족해 이야기를 한다” “습관이 우리의 길을 막겠지” “틀림없이 넌 날 만난 거다. 내일이 되면 만난 적이 없다고는 안 하겠지” “이 지랄은 더 이상은 못하겠다” “내일 목이나 매자. 고도가 안 오면”….
사뮈엘 베케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이 ‘황당한’ 부조리극은 잠깐 졸다가 봐도 크게 내용이 달라지지 않을 정도로 앞뒤의 맥락이 없다.
시점도, 장소도, 등장인물의 성격도 분명하지 않다. 어제와 오늘이 불분명한 가운데 오늘이 어제 속에서 되감기(rewind)되면서 시가 나오기도 하고 철학이 등장하기도 하며 액션이 펼쳐지다가 깊은 우울에서 죽음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다가 다시 내일의 희망을 찾는다. 움직이자고 하면서 움직이지 않는다. 뭔지 모를 ‘고도를 기다리며’.
그게 희망인지, 아니면 비정한 절망인지 모른다. 하지만 잘 계산된 삶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연민 속에 ‘격려가 필요한’ 현재를 긍정하며 처절하게 기다리는 내일의 희망에 관객들은 공감하는데, 그것이 베케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힘으로 생각된다. 11월1일까지.
도가(일본) =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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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2009-09-02/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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