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일보]10년의 기다림… 사라 장의 ‘크리스마스 선물’
  • 등록일2009-12-08| 작성자 관리자


10년의 기다림… 사라 장의 ‘크리스마스 선물’

 11일부터 전국순회 리사이틀 갖는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네 살 때 바이올린 활을 잡은 게 ‘시작’이었다. 조그마한 손이 빚어낸 소리는 무언가 달랐다. 세계적 지휘자 주빈 메타, 리카르도 무티 귀에도 그 소리는 특별했다. 여덟 살에 두 거장의 눈에 띈 아이는 바로 뉴욕 필하모닉,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연주 계약을 맺었다. ‘신동’의 탄생은 화려했다. 이듬해 링컨센터에서 열린 뉴욕 필 신년음악회로 정식 데뷔 무대를 가졌다. ‘천재’는 ‘좋은 연주자’로 훌쩍 자랐다.
성장해가는 사라 장(28)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관객에겐 또 하나의 선물이다. 올해도 한국 팬들을 잊지 않았다. 음악은 한층 더 단단해졌다.

# 연주, 미래를 열다

EMI클래식은 디지털 시대를 여는 연주자로 사라 장을 선택했다. 클래식 분야서 처음 ‘클래식 음원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진행, 사라 장을 첫 아티스트로 선정해 그의 곡을 무료로 내려받도록 했다. EMI클래식의 이상민 부장은 ”1년에 100여회 연주회, 열여덟 번째 앨범 발매 등 그 활동만으로도 음악계에서 그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면서 ”사라 장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 디지털 시장을 공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사라 장의 연주에 세계 무대가 환호하는 이유는 뭘까. 화려하면서 힘있는 연주다. 사라 장이 사용하는 바이올린 역시 작고 예쁜 소리를 내는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아닌 크고 화려함을 담아내기에 제격인 과르네리다.

이번엔 연주에 다른 색깔을 입혔다. 최근에 발매한 ‘브람스·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집’은 ‘아직은 어리다’며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늘 거절했던 마에스트로 쿠르트 마주어(82)의 허락을 마침내 받아내면서 이뤄졌다. 연주는 한결 무르익었다. 솟구치는 욕망을 다 보여주는 것 대신 열정을 다스렸다. 또 다른 곡인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은 여섯 살 때 줄리어드음악원 오디션을 볼 때 처음 만난 작품이다. 그의 강점이 촘촘히 박혀 있다. 일반적으로 음반에 메인 요리가 하나지만 이번엔 브람스와 브루흐, 메인 요리 두 곡을 넣었다. 그의 역량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0년 만이다. 국내에서 리사이틀을 선보였던 게 1999년 3월이었다. 오케스트라와의 협주곡을 좋아해 그를 오롯이 만날 수 있는 리사이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마음이 척척 맞는 피아니스트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리사이틀 레퍼토리에 대한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한 것도 이유였다. 그렇게 뒤로 미루던 리사이틀을 드디어 한국 팬들에게 선사한다. 11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대전·창원·수원·전주·광주·
구미·의정부·제주·서울을 순회하는 전국투어다.

스트라드의 남소연 편집장은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빚어내는 교감을 즐길 수 있는 무대“라면서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사라 장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프로그램 역시 그가 무대서 꼭 연주하고 싶은 곡들로 채웠다. 브람스의 ‘단악장 소나타’, ‘바이올린 소나타3번’과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연주한다.

특별히 미국 현대 작곡가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의 ‘판타지’도 국내 초연한다. ‘판타지’는 사라 장을 위해 쓰여진 곡으로 2007년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세계 초연한 곡이다. 이번 무대에선 줄리어드음악원 시절부터 함께 공부한 피아니스트 앤드류 폰 오이엔과 호흡을 맞춘다.

# 사라 장, 스스로를 말하다

공식적으로 음악이란 세상에 들어온 지 20년이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긴 세월이지만 사라 장에게는 짧게만 느껴진다. 세상의 변화에 그 시간의 무게를 실감한다. 공연에 앞서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신동이란 소리를 듣고 자라서인지 아직도 어리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늘 따라붙는 신동, 천재란 수식어가 나이가 들면서 부담이 됐다.

”여덟 살 때는 좋은데 스물여덟일 때는 좋지 않은 거 같아요. 그래서 떼려고 노력도 많이 했는데 이름에 딱 붙어 있어서 잘 없어지지도 않아요. 이젠 포기했어요. 하하.“

방법을 달리했다. 연주회, 음반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관객도 이름 앞뒤에 붙은 수식어 대신 ‘좋은 음악가’로 그를 기억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런 면에서 음반 작업은 스스로에게도 자랑스러운 부분이다. EMI클래식과 만난 게 아홉 살 때였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다. 여전히 같은 회사에서 같은 팀과 작업하고 있다. 20년 연주가로서 잘 살아가고 있다는 하나의 방증인 셈이다.

이번 무대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늘 서울만 보고 돌아가다 전국투어로 일정이 잡히면서 한국 곳곳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두세 군데 빼고는 처음 가보는 도시들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마음부터 설렌다. 또 다른 기쁨도 있다. 할아버지, 사촌들이 있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게 된 것. 20년 넘게 바이올린과 성장 중인 이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는 ”크리스마스엔 한국이 더 예쁠 것 같다“고 했다.


[세계일보]
2009년 12월 07일 (월) 22:04/윤성정 기자 ys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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