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부일보]<중부단상>천상병예술제를 다시 맞으며
  • 등록일2010-04-22| 작성자 관리자

천상병예술제를 다시 맞으며

오는 4월 23일부터 30일 기간 중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제7회 천상병 예술제를 만날 수 있다. 예술제의 내용은 4월 23일 천상병시상 시상식, 이자람의 천상병 시 작곡 발표 공연, 24일 천상병 백일장, 이외수 문학 특강, 시가 흐르는 천상 음악회 그리고 4월 23일 개막해서 30일까지 개최되는 천상병 시인 유품전 등이다. 경기문화재단과 의정부 예술의전당이 공동 주최하고, 천상병 시인 기념 사업회가 주관하는 이 예술제는 천상병 시인의 순수 시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이래 문학예술제의 새로운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천상병 시인은 하루치의 막걸리와 담배만 있으면 스스로 행복하다고 외쳤던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 ‘문단의 마지막 기인’이다. 햇볕을 가리며 앞에 나타난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볕을 쪼일 수 있게 비키라고 한 것이 모두였던 희랍의 철학자 디오게네스와 같이 그는 맑고 투명하게 사물을 인식하고 세속의 거추장스러운 삶을 벗어던질 줄 알았던 시인이다. 가난과 무직, 방탕과 주벽으로 많은 일화를 남긴 그는 결코 허무주의와 구차함에 떨어지지 않았고 자연스러움과 당당함으로 죽음과 가난 앞에 의연했다.

간첩 혐의로 기소된 친구의 수첩에서 그의 이름이 발견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천상병은 1967년 6개월 동안 간첩행위 자백을 강요하는 물고문과 전기충격 고문을 받았고, 이후 자식을 가질 수 없는 고난을 겪는다. 고문의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던 그가 1971년 실종되고 친구와 가족들이 아무리 찾았으나 허사였다. 친구와 가족들은 비통한 심정으로 천상병 시인의 시들을 모아 유고 시집을 발간한다.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시립정신병원에 그가 살아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 앞에 다시 나타난다. 그는 죽음에서 부활한 것이다.

이같이 기구한 곡절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쩔 수 없이 분노와 좌절, 증오와 저주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천상병은 자신의 시에서 그러한 고통의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 그 대신 순진무구한 서정성으로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그의 시는 분노와 좌절, 증오와 저주를 넘어선 아주 높은 곳에서 지극히 “인간적이고 때로는 신비한 현실인식을 보여준다”(안토니 수사 저, 귀천). 소설가 천승세는 천상병 전집 서문에서 천 시인을 “평화만 쪼으다 날아가 버린 파랑새”라고 말한다. “아름다움과 평화”는 천상병이 소망한 부활의 언어이다. 끝없는 의혹, 불신, 욕망의 전쟁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천상병 시인은 “아름다움과 평화”를 통한 부활의 메시지를 던져 주고 갔다.

천상병 예술제는 해마다 새롭게 부활한다. 연극, 음악, 무용, 뮤지컬로 끊임없이 변신하며 부활한다. 평창 효석 문화제가 서정적 문학의 향기로 가득한 봉평의 메밀꽃 밭으로 사랑받고 있고, 하동 토지 문학제가 박경리 문학의 현장 체험으로 국민의 문학적 정서와 교양을 함양하는 문학 한마당으로 사랑받고 있다. 천상병 예술제는 천 시인의 아름다움과 평화의 작가 정신을 새로운 예술 콘텐츠로 부활시키는 문학예술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특히 올해 천상병 예술제는 천 시인의 “아름다움과 평화의 노래”가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해군 용사들의 영혼을 어루만져 주고, 4대강 사업이나 선거와 관련해 증폭되는 갈등과 분열을 해소 해 주었으면 한다. 천상병의 시 정신으로 불신과 의혹의 패거리 싸움과 이기주의 속물로 타락한 물질만능의 현실을 정화하는 데 온 국민이 하나로 단합했으면 한다.

[중부일보] 2010년 04월 22일 (월)/중부단상: 이진배/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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