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예탁원 사보]-「2004년 여름호」
예술과 산업의 경계선, 문화마케팅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아마도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언급함에 있어 이보다 명쾌한 정의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적 관심도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문화산업의 발전양상도 사실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우리가 문화예술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말씀처럼 문화의 힘만이 우리의 미래요 희망이기 때문이다.
왜 문화산업인가?
이제는 문화를 바라보는 국민적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활발하게 진행중인 참여정부의 문화비전은 우리에게 문화라는 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아직 완성되지 않은 보고서이지만 그 비전과 목표의 새로운 설정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시작이라고 평가할 만 하다. 참여정부가 내세우는 문화비전은 \창의한국(Creative Korea)\이라는 네 글자로 요약될 수 있다.
지금도 우리는 문화산업이라고 하면 영화, 게임, 공연 등의 콘텐츠만을 떠올린다. 물론 그런 연상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관점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야기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협의의 문화개념 속에서 정말로 중요한 광의의 문화개념자체를 잊고 살았다. 그 개념의 핵심이 바로 창의성이다. 아래는 현재 참여정부가 추진 중인 문화비전의 내용 중 창의성과 관련한 주요 개념설명이다.
개인을 통해 사회가 산다. 개인의 창의성을 통해서 사회의 시너지가 만들어진다, 사회가 조직된다. 개인의 창조역량을 강화시킴으로써 자발적 참여를 통해 삶의 질 촉진이 완성되고 이를 통해 전문화와 산업화와 세계적 진출이 가능해진다. 자유로운 개인의 창조성을 통해서 정신적인 풍요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문화적으로 성숙한 사회이다.
문화마케팅의 의미와 역할
문화를 창의성의 개념으로 인식할 수 있다면, 협의의 문화로 이해되는 영화, 게임, 공연, 애니메이션 등의 놀라운 발전 양상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최근 문화산업의 발전속도는 놀랍다. 한국영화의 비약적인 발전, 게임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놀라운 공연시장의 증가추세 등이 그 명확한 증거가 된다. 이런 문화산업의 발전을 이끈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소비자의 감성화를 꼽을 수 있다. 문화시대의 대중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생비자(Prosumer)라로 인식해야만 한다. 그들의 발전된 감성은 더 이상 제품의 소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제품의 생산과 수정 등의 모든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오늘날 소비자의 모습이며, 이런 그들의 감성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야말로 문화산업의 발전을 이끈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소중하게 발전시켜온 예술의 힘이 그 두 번째 성장동력이다. 예술의 창의성은 한 국가의 정신적 성장과 직결되는 매우 귀중한 자산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그 예술적 잠재성을 이제야 산업을 통해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과 마케팅의 만남이 그 세 번째 원동력이다.
최근 각광 받는 문화마케팅은 더 이상 상술로만 이해할 수 없는 관객과의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지금까지의 예술은 대중과의 만남에 있어 매우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관점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보다 많은 관객을 개발하고 찾아나서는 마케팅 관점의 도입은 그 동안 비주류로만 인식되고 있었던 수 많은 문화예술을 많은 관객들로부터 사랑 받는 주류문화로 이끌어냈다. 문화마케팅은 단순한 홍보기술이 아닌 관객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의 변화로 이해해야만 그 존재가치가 명확해진다.
문화마케팅의 대표사례
공연계의 대표적인 문화마케팅 성공사례는 \난타\\다. 1997년 초연 된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는 대한민국 공연예술계에서는 처음으로 관객 100만 명 고지를 돌파했다. 2000년 7월 전용극장을 마련해 현재도 공연 중에 있으며 지금까지 16개국 81개 도시에서 공연을 가졌다. 공연상품 수출사상 최고가인 400만 달러를 받고 지난해 미국 순회공연에 나섰는가 하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현지 프로덕션을 설립하기도 했다.
난타 마케팅의 성공요인으로는 전통리듬의 서구화, 공연의 브랜드화, 상설 극장을 통한 고정 수익의 확보, 전문 인력의 확보, 마케팅 조사를 통한 공연 트렌드 분석, 극단의 기업화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공연계에서는 관객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는 점을 난타의 인기 비결로 꼽는다. 공연 도중 요리한 음식을 관객에게 먹인다든지, 고무공 수백 개를 객석에 던져놓고 편싸움을 벌인다든지, 관객을 무대로 끌어내 즉흥연기를 시킨다든지 하는 식으로 공연마다 예상치 않은 \깜짝쇼\\를 벌이는 것이 난타라는 작품이 가진 성공요인이라는 것이다.
난타는 문화예술의 관객을 일방적인 주입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탈피했다. 그들에게 관객은 함께 만들고, 즐기고, 공감하는 따뜻한 벗, 냉정한 손님인 것이다. 관객과 문화예술이 함께 호흡할 때만이 문화산업이라는 기치가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리고 문화마케팅은 예술과 산업의 경계선에 자리한다. 그 경계선은 산업과 예술, 배우와 관객, 문화와 경제 등의 수많은 교집합을 하나의 비전으로 조합하는 매우 소중한 출발선이다. 그리고 그 출발선이야말로 문화마케팅이 소중한 단 하나의 의미일 것이다. 부족한 글을 마치며,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하여 필자의 생각을 마무리할 까 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백범 김구, \나의 소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