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기사 게재 일자 2007-10-08 /김종호 /논설위원
<오후여담>의정부의 칼라스
세계 음악계에서 가장 큰 명성을 떨치고 있는 현존 오페라 연출가인 이탈리아의 프랑코 제피렐리는 “오페라 역사에서 기원전(BC)은 칼라스 이전(Before Callas)을 의미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1977년 9월16일 54세의 나이로 타계한 세계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오페라 역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표현이다.
최고난도의 기교가 요구돼 제대로 소화해 부를 만한 성악가가 없어 오랫동안 무대에 잘 오르지 못했던 조아키노 로시니, 가에타노 도제니티, 빈센초 벨리니 등 3대 작곡가의 명곡들을 공연해 벨칸토 오페라의 새 장을 연 칼라스는 ‘불멸의 디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프라노’ 등으로도 일컬어진다.
삶 자체 역시 고집스럽고 괴팍한 성격의 그녀만큼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은 흔치 않을 것이다. 28세 연상의 사업가이자 오페라 애호가였던 메네기니와의 결혼, 영화감독 루치아니 비스콘티를 사랑하게 되면서 95㎏의 몸무게를 1년 만에 30㎏이나 감량해 주위를 놀라게 했으나 비스콘티가 동성애자여서 끝내 이룰 수 없었던 사랑,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의 연인이 돼 동거했지만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미망인 재클린에게 오나시스를 빼앗긴 뒤 겪은 좌절과 방황 등 숱한 일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칼라스 타계 30주년인 올해를 ‘칼라스의 해’로 지정한 그의 모국 그리스를 비롯, 세계 각국에서 대대적인 칼라스 추모 행사를 펼치고 있다고 한다. 1974년 10월 5일과 8일 이화여대 강당에서 두 차례 공연한 바 있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경기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11일부터 11월10일까지 ‘마리아 칼라스 서거 30주년 기념 예술제’가 열려 유품 전시회,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극장 주역(主役)초청 오페라 갈라 콘서트,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입상한 한국의 차세대 오페라 주역들이 펼치는 ‘라이징 스타 콘서트’ 등이 이어진다.
수도권이긴 해도 작은 지방 도시인 의정부에서 칼라스 30주기 추모 예술제를 한국 도시로는 유일하게 연다는 것은 그 발상부터 더없이 돋보인다. 도시가 크든 작든 세계를 향해 문화의 창과 시야를 더 크게 열어야 하고, 국적을 불문하고 세계 최고는 자기 지역의 품에 안아들이고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김종호 /논설위원]]
기사 게재 일자 2007-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