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2008.01.21 23:21/오경환 기자 khoh@chosun.com
고양문화재단 어디로?
공공연한 밥그릇 싸움… 조직내 파벌 형성
"정치 않고 생존하는게 불가능하다는 것 깨달아"
박웅서 대표, 개관기념공연 관련 책임지고 사표
올해 예산 대폭 삭감… 재단 自淨능력 키워야
고양시민의 문화적 토양을 일구어온 고양문화재단이 출범한지 올해로 4년이 됐다. 종합공연장 어울림누리에 이어 작년 6월 아람누리까지 개관하면서 경기북부 최대(最大) 공연장으로 발돋움했다. 작년 12월에는 문화를 사랑하는 지역 주민들이 모여 \고양문화재단 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람누리 개관 기념 공연작을 위해 러시아 스타니슬라브스키 극장과 계약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에이전시 수수료를 지불한 것이 작년 11월 행정감사에서 드러나자 방만한 예산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결국 박웅서 대표는 취임 1년 만에 행정감사 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박 대표가 작년 한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수익성 사업들은 만족스런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 올해 예산은 130억원으로 작년보다 23억원이나 삭감되기도 했다.
◆수익성 추구… `변화의 피로` 느끼는 직원도
삼성물산 부사장과 삼성석유화학 대표 이사 등을 역임한 전문경영인 박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다양한 수익 모델 발굴에 노력했다. 공연과 전시뿐 아니라 임대 사업, 주차장 관리에서도 이윤을 추구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람누리 주차장은 당초 4억 원의 수익을 예상했지만, 작년 10월까지 실 수익은 6300여 만원에 불과했고, 임대업에서도 총 8개 업체 중 3개 업체가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고양시 문화예술과 이상화 과장은 "문화재단이 시의 예산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수입을 내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재단 이사장인 강현석 고양시장은 문화관광부로부터 추천 받은 문화계 인사 4인 중 한 명을 3월 중 새 대표로 임명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12월 사표를 제출한 상태이지만, 대표 임명시 시의회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조례에 따라 지난 18일 임시의회가 열렸다. 고양시의회 현정원 의원은 "의회에서 특별한 의견이 없었기 때문에 강 시장의 임명만 남은 상태"라며 "새 대표는 사업과 이벤트 중심이던 과거를 벗어나 문화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매개자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21일 오전 고양문화재단 아람누리의 아람음악당 밖으로 밤새 내린 눈이 쌓였다. 고양문화재단은 최근 박웅서 대표가 사표를 제출하면서 새 대표가 임명될 때까지 본부장급 간부의 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hans@chosun.com
◆"우리는 박힌 돌, 그는 굴러온 돌"
박 대표를 둘러싼 조직 내 갈등도 문화재단의 운영에 악(惡)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단에 기업식 경영을 도입한 박 대표에 대해 기존의 간부급 직원들이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업적 평가는 확실해져 견디지 못한 간부급 직원들 사이에서 볼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문화재단의 한 직원은 "박 대표가 오자마자 우리는 박힌 돌, 그는 굴러온 돌이라는 말을 여기저기 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며 "박 대표를 이유불문 따르지 않아 (박 대표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박 대표 취임 후 성과급은 깎이고 업무 시간은 확연히 늘어나 변화의 피로를 느끼는 직원도 있었다"며 "하지만 가장 문제는 조직 내 파벌로 화합할 수 없었던 점"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21일 "지난 1년간 재임하면서 하늘 아래 부끄러운 것 하나도 없다. 고양문화재단에는 정치하려고 간 게 아니었다"며 "이번에 사표를 던진 것은 정치하지 않고 생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사회 기능 강화해야
스타니슬라브스키 행정감사 건 이후, 문화재단이 스스로 예산 운영에 대한 자정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문화재단은 기획 공연에 대해 공연 기획 관련 팀장이나 간부가 책임을 지고 예산안부터 계약까지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다. 대표의 결재를 받기는 하지만, 스타니슬라브스키 건과 같이 절차상의 문제는 걸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결국 공연 기획을 맡은 간부급 직원에 대해 포상과 징계 절차가 마련돼, 그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사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문화재단 감사인원이 작년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방대한 운영을 감사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재작년까지는 2~3시간 만에 해치우는 등 감사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력 : 2008.01.2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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