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연출자·배우 기슬리 외른 가다슨
“연출한 작품들의 대부분이 심각한 결론을 맺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변신’이나 ‘보이첵’은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주지만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좀더 나은 방법들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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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베스투르포트 극단의 연출가이자 배우인 기슬리 외른 가다슨(35)이 자신의 연출작을 갖고 내한한다. 오는 16~18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카프카의 ‘변신’과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폐막작으로 24~25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게오르그 뷔히너의 ‘보이첵’이다. 내한에 앞선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고전에는 누구나 자신의 상황과 적용해볼 수 있는 인간의 단면들이 담겨 있어 매력적”이라며 “차기작으로 ‘파우스트’를 연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슬리는 2002년 ‘로미오와 줄리엣’을 서커스 버전으로 만들어 데뷔했다. 아이슬란드 체조 대표팀 출신답게 신체를 이용한 신선한 표현들로 공간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 작품들로 유럽에서 주목 받고 있다. ‘변신’에서는 아크로바틱한 몸 동작과 수직의 무대를 만들었고 ‘보이첵’에서는 밀실 공포증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 전면에 거대한 수족관을 설치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로 놀라움을 안겼다. ‘변신’ 공연에서는 어느날 벌레로 변신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 역으로 등장해 그의 연기를 직접 볼 수 있다.
“그레고르처럼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적은 없지만 우리들 대부분이 한번쯤은 ‘아웃사이더’라고 느낀 적이 있을 겁니다.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신한 다음에도 정장을 입은 평범한 모습으로 등장해요. (벌레로 변했지만 존엄성을 지닌 존재로서) 우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죠.”
‘변신’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그레고르가 벌레로 바뀐 뒤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고 오히려 짐이 되자 가족들에게 철저히 버림받고 결국 자살한다는 얘기다. 인간의 존엄성보다 물질 만능이 우선시되는 상황을 암시한다. 기슬리는 또다른 작품 ‘보이첵’에서 원작과 달리 가난한 병사 보이첵을 노동자로, 아내 마리를 농락하는 군악대장은 공장 소유주로 바꿨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높은 지위에 있는 등장 인물들은 발을 무대바닥에 딛지 않고 공중에 뜬 상태로 표현해 그들의 불안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보이첵은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하찮은 존재입니다. 보이첵을 통해 우리가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나쁜 행위를 일삼는지, 결과적으로 그런 행위가 우리를 얼마나 나쁜 환경에 놓이게 하는지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우리 사회를 반영한 것이고 이 작품의 의도이기도 합니다.”
그는 “내 유일한 목표는 나 스스로도 보고 싶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변신’을 보고 난 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해롤드 핀터가 ‘가장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평한 것을 자랑하기도 했다.
<김희연기자 egghee@kyunghyang.com>
[경향신문]2008년 05월 13일 17:43:03/김희연기자 egghee@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