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츠반씨어터의 \\\'템페스트\\\'
  • 등록일2005-05-23| 작성자 김 * *

30년 동안의 관록이 정갈하게 잘 비벼진 산채비빔밥을 먹고 온 듯 하다.
- 프랑스 푸츠반 씨어터의 ‘Tempest\\\를 보고 -

무대 중앙에 뱃머리와 돛을 상징하는 배가, 왼 쪽엔 악공들의 자리가 있다.
2층이 갖는 무대와의 먼 거리 때문에, 극이 시작하고도 10여분 가까이 동안에도 객석의 술렁거림은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짜증까지 곁들이도록 부추기는 바람에 푸츠반의 배우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편하지 않았음을 먼저 이야기하고자 한다.

극이 끝나고 나오면서도 찝질함을 벗을 수 없었던 것은 올해로 네 번째로 접어든 의정부 국제 음악극 축제가 아무리 좋은 공연으로 관객을 즐겁고 감동의 시간으로 만나게 한다할지라도 극을 보려는 이의 예절과 극장이 갖는 공연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일이 급선무임을 밝히고자 한다.

극이 시작하고 유입되는 지각 관객과 그들을 인도하는 이가 시야를 가리며 지나다니고, 극장 곳곳에 서서 손전화나 음식물 섭취에 대한 조치를 신속하게 할 수 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극장 분위기보다도 더 분산되는 분위기를 조장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앞의 두 청년은 가벼운 손짓으로 제지되었지만 극의 몰입은 애당초 없어진 듯 하다. 그러니 초반부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가 되었는데, 폭풍우가 치는 부분에서야 극이 심각성을 더해감을 알 수 있었다.

이 극의 내용은 선악의 대립구도와 선의 승리, 신적 존재로 보여지는 프로스페로의 너무나 쉬운 용서 - 자신과 기타 다른 사람들을 위협하고 생명을 노리던 사람들을 미워하면서도 용서한다. - 등을 보면서 자칫 지루하기 쉬운데, 그들이 곁들인 시청각적 이미지와 마술이 곁들여진 서커스적 놀이, 줄을 타고 위압적으로 달려드는 악마적 이미지의 표출, 사람보다 크거나 작은 인형극, 그림자극, 찰리채플린을 연상케 하는 무성 다큐 영화의 영상적 이미지와 현실과의 소통, 악공들의 다양한 악기의 울림과 음향효과로 극의 정보를 주거나 관객의 가슴 속을 섬뜩하게 하면서 삶의 경계를 갖게 하고, 작은 소품과 분장 효과를 통해 동화적 상상적 세계를 무대 위에 구현시키고, 반듯한 발성의 영국식 영어, 불어, 독어, 일어, 한국어까지 언어를 다양하게 사용함으로써 어쩌면 관객을 배려하고 극의 내용이 모두가 공감하기를 기대하는 것 같아 혼란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언어의 다양한 쓰임은 자막의 필요성을 더욱 고무시킨데다가, 2층에서 더욱 편하게 보여지던 자막의 높이는 아이들에겐 매우 불편하고 힘겨웠을 듯 하다는 것과 자막의 내용 이 대사와 맞지 않은 부분도 보여졌다는 것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야기는 이렇다.

밀라노의 영주였던 프로스페로는 그의 14살 난 딸 미란다와 유령 노예인 에이리얼, 괴물 캘리반과 함께 마술에 걸린 섬에서 12년 동안 살고 있다. 그는 마술을 좋아하여 정치는 동생 안토니오에게 맡기고 마술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야심가였던 안토니오는 나폴리의 왕, 알론조와 계략을 꾸며 영주의 자리를 빼앗고 프로스페로와 당시 두 살이었던 미란다를 섬으로 추방하였다.

극은 나폴리의 왕 알론조, 그의 아들 퍼니난드, 동생 세바스찬, 안토니오가 튜니스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항해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프로스페로는 마술로 폭풍을 일으켜 배를 난파 시키고 사람들은 섬으로 흩어져 조난당하며 알론조 왕은 그의 아들 퍼니난드가 죽은 것으로 여긴다. 평생 동안 아버지 외에는 사람을 본적인 없는 미란다는 섬에서 길을 잃은 퍼디난드를 만나고 둘은 사랑에 빠지는데, 조난으로 인해 섬에 도착한 왕의 일행은 각기 나뉘어서 섬에 올라가게 되는데 알론조의 동생, 세바스찬과 안토니오는 알론조 왕을 살해하려고 모의한다. 하지만 유령 에이리얼이 이를 듣고 프로스페로에게 알린다.

프로스페로는 그들에게 마술의 향연을 보여준다. 한편, 섬의 다른 쪽에서는 주정꾼 시종 스테파노가 트린큘로를 만나고 이들은 캘리반에게 술을 먹인다. 이에 감사한 캘리반은 프로스페로를 암살하고 스테파노를 왕으로 만들고자 모의한다. 프로스페로는 미란다와 퍼니난드의 사랑을 승낙하고 이를 축하하는 무도극을 보여준다. 동시에 에이리얼은 프로스페로의 명령에 따라 알론조 일행을 마술로 혼내준다.

마침내 프로스페로는 이들을 불쌍히 여겨 용서한다. 프로스페로가 과거 밀라노의 영주임을 알게 된 사람들은 회개하고 영주로 재추대한다. 알론조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퍼디난드가 미란다와 정답게 있는 모습을 보고 반가워 한다. 마침내 프로스페로는 에이리얼에게는 자유를 주고 캘리반은 섬에 남겨둔 채 마술 지팡이를 꺾고 밀라노로 향하며 막을 내린다.

여기서 프로스페로는 마치 신적 존재처럼 중심에 놓여있다.
그의 딸 미란다와 퍼디난드와의 사랑의 결실을 맺게 하고, 자신의 동생 안토니오를 비롯한 자신을 모함하던 사람을 용서하는 일과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일을 함으로써 이상적 존재이면서 신의 모습으로 군림한다. 이 극을 보면서 아이들처럼, 동화적 의상과 가면에 가까운 분장과 노래소리, 폭풍우 등에 놀라기보다는 어쩌면 프로스페로가 우리를 가지고 재미나게 놀고 간 것처럼 생각되어서 웃음이 나왔다.

현실계와 이상계. 안토니오와 프로스페로. 결국 이상계에서 현실계로의 귀환. 그 사이의 일들은 모두 꿈처럼 환상적이다. 그것의 수단으로 책과 마술지팡이가 있는데, 그것은 어쩌면 있는 자의 횡포 즉 권력, 또는 세력을 상징하는 듯 하다.

괴물 캘리번의 땅을 빼앗아 자기 땅처럼 산 프로스페로는 매우 중심적 인물로 보여지지만 그는 캘리번과 에어리얼에게는 지배자이면서 폭군인 이면적 존재다. 그러면서도 그의 세계와 안토니오의 세계를 보여주며 대결구도를 갖으며 끝내는 자신의 승리로 이끄는 프로스페로는 마치 큰 힘의 세계의 전제적 횡포 같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어쩌면 그가 장난스레 휘둘렀을 마술 지팡이를 꺾은 것은 그 세계가 매우 지루하며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세계임을 자각한 것도 있겠지만, 그것은 정의 실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가 12년 동안 살았던 땅은 그의 땅이 아닌데다 그는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고 원래 주인인 괴물 캘리번이 괴물이 아닌 정상적 존재로 살아가게 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그것은 유령 노예가 자유를 얻든 그 땅이 해방됨을 이야기한다.

극에서 마냥 재미만을 추구하기보다 식민지와 피식민지의 상황과 사랑, 욕망을 위한 배신과 모함, 그로 인한 고통과 인내, 마침내 행복한 결말로 유추해내고 모든 것을 순리대로 되돌리는 비현실적, 소설적 결말을 맛봄으로써, 극의 내용이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 지에 대한 생각도 함께 한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푸츠반이 보여준 마술의 세계와 환상적인 장면들, 스크린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다녀오고, 그 환상에 젖어 한 동안은 동화책 속에서 동화적 인물과 함께 살다온 듯한 착각을 가졌다.

우리에겐 저마다의 마술지팡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마술지팡이를 좋은 곳에 사용한다면 그것이 닿는 곳은 행복의 세계가 열릴 것이고, 그것을 좋지 않은 곳에 사용한다면 그것이 닿는 곳은 암흑 그 자체가 될 것이다.

<민중극>에 뿌리를 둔 천막순회극단이면서 풍자극, 서커스, 가면극과 여러 악기의 쓰임으로 다양한 섞음을 통해 극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 관객과의 소통을 넓히는 푸츠반은 1인 연출이 아닌 협동연출인데다가, 극단 구성원 모두 동일한 금액의 보수를 받는 평등주의에,  무대장치, 의상, 가면, 교통수단까지 자체 제작한다고 하니 그들의 연기에서 느껴지는 탄력과 조화는 그들의 기량이 얼마나 넓고 깊은 지 알 수 있을 듯하다.

언어의 장애 때문인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나 이해가 다소 편할 듯 보이는 이 공연은 내용전개를 잘 모른다할지라도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주는 해학과 풍자만으로도 충분히 공감할 만 하다.  

애써 그 나라 말을 배워 극 속 대사에 활용하는 재치는 그들이 갖는 수더분함에 있지 않을까. 악당의 모습이라 할지라도 가면이 갖는 희화적 모습은 우리나라 봉산탈춤의 탈을 보는 듯하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음악을 연주하며 코러스로 무대를 동분서주한 이들의 모습이 더욱 마음에 남는 것은 왜일까. 극이 끝나고 야외무대에선 안데스산맥의 정기를 담은 듯한 영혼의 소리를 연주하는 시사이 코리아(sisai korea)를 만나게 되어 일석이조의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

다음 주에 있을 세계초연이라는 무용 ‘와유(wahyu)’를 기대한다.
인도네시아, 헝가리, 한국인 3인이 함께 추며 우리나라 하선해가 안무한 것이라 하니, 피아노 라이브와 비디오 프로젝션이 함께 하는 신비스러울 그 공연에 초대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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