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경기북청소년연극제 및 제12회 경기도 청소년연극제 권역별 예선대회 심사평]
심사위원: 안 치 운(연극평론가, 호서대학교 연극학과 학과장)
심사위원: 이 덕 근(배우, 경기도예총 사무처장)
심사위원: 김 도 후(연출가, 의정부연극협회장, 극단무연시 대표)
전반적으로 작년도보다 연극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발전했으나 극의 완성도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연극을 왜 만들어야 하고, 왜 공연하여야 하는 지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부족했다고 본다.
희곡의 선택은 연극을 만들어 가는 가장 기초가 된다. 그 작품이 현대극이든 사극이든 그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자신들이 공연하여할 희곡이 2003년도인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왜 무대상에서 공연되어야 하는 지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연극은 사라지는 예술 행위이다. 때문에 오늘의 관객들에게 그 공연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때론 무의미한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다.
현대극을 선택했다면 학생들이 오늘을 바라보는 학교와 사회 그리고 인간의 문제의식이 극에 나타나도록 하여야 한다. 자신들이 우리들에게 던지고 싶은 주장이 보여야 한다. 관객들은 1시간이라는 황금을 학생들에게 투자했다. 관객이 보고, 듣고, 느끼고 싶은 것은 어설픈 말장난이 아닌 연극을 통해 학생들의 철학과 꿈을 보며 학생들의 연극을 통해 울고, 웃고, 감동받고 싶은 것이다.
사극도 예외는 아니다. 우린 과거의 우리 조상들이 살아가던 모습을 재연하고자 연극을 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반추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들을 그 속에서 만나고 싶은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지금도 끝없이 공연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청소년과 기성세대와의 세대차와 대화의 단절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어른들은 청소년을 탓하고 청소년들은 기성세대를 탓한다. 모두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뜻있는 분들이 있어 여러 방면에서 대화의 코드를 찾으려 노력한다. 그 중 하나 어른들은 오늘의 청소년연극제를 통해 청소년들과의 진솔한 대화의 장을 만들고자 했다. 연극을 통해 1시간동안 오늘 청소년들의 진솔한 모습을 보고 만나고자 했다. 그러나 한두개의 작품을 제외하곤 그 공연의 의미를 찾기가 힘들었다.
내년도에 연극을 만들 때는 작품 선택에 있어서 신중을 기하고 자신들의 기량에 맞는 작품을 선택하길 바란다. 많이 토론하고 연습하고 노력해서 청소년들의 진짜 모습을 만나고 싶다.
★영석고등학교(작품:하루-2003. 7. 16)
1)희곡
학교에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을 극으로 만들었으나 주제가 약하고 그 주제를 풀어나가는 극적구성이 미흡했다. 단지 범인을 찾기 위한 것이라면 이 극은 출발점에서부터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본선에 진출하는 만큼 작품을 대폭 수정하여 극에 녹아 있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학교에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사건을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했으면 한다.
2)배우
연기는 전반적으로 겸손한 편이었지만 미흡한 점이 많았다. 겸손이 결코 미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호흡과 발성이 부족해 화술이 어색한 것도 지적하고 싶다. 이로 인한 연기자들 간의 앙상블이 부족했다고 본다.
3)관객
관객의 전반적인 예절은 양호했으나 장면의 전환 때 암전이 되면 관객이 박수를 치는 것은 관객예절 교육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장면전환시 암전은 극의 진행상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관객은 잠시의 어둠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장면을 기다리는 준비의 시간이다. 쓸데없는 박수는 다른 관객들의 정서를 흐리게 할뿐이다.
4)무대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무대구성은 좋았으나 그 활용도가 의문이다. 무대상에 단지 그림으로 올려지는 것이라면 차라리 세트가 없는 것이 낫지 않을까? 충분한 활용이 있을 때 무대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림으로만 존재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낭비가 아닐까?
소품의 활용 역시 만찬가지다.
5)완성도
많은 지적사항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희곡의 구성과 완결성이 부족한 면이 많았다. 희곡을 더 보완하고 남은 기간 준비한다면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 작품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더 살려내고 그 인물들이 하나의 극으로 만나게 되길 바란다.
★광동여자고등학교(작품: 동승-2003. 7. 17)
1)희곡
학생극으로서 좋은 작품을 선택했으나 자신들의 역량으로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처음 창단된 학교의 연극반이라면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불교학교이기 때문에 단지 불교적인 작품을 선택했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못알고 있는 지 다시 한번 생각하길 바란다.
2)배우
최소한의 기본기마저도 모르는 상태에서 연습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무대 위에서 관객을 만날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도 모르고 있는 듯 보였다. 철저한 교육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무대에서 만난 서로의 모습이 낯설어 웃음이 터졌다면 이를 지켜보는 관객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많은 상념이 있길 바란다. 철없이 아무 이유 없이 웃는 모습을 보고자 우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도념의 역할을 맡은 학생의 진지함에서 광동여고 연극반의 미래를 보고 싶다.
3)관객
연극을 처음 접하는 학생이 많은 탓인지 극장에서 지켜야 할 예의가 많이 부족한 공연이었다.
4)무대
공간미학을 논하기에는 너무나 모르고 만든 무대이다. 활용도도 없고 잘 납득이 가지 않는 무대이다.
5)완성도
완성도를 논하기 보단 절대적으로 많은 지도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덕소고등학교(작품: 작은할머니-2003. 7. 17)
1)희곡
각종 청소년연극제에 단골로 등장하는 작품으로 학생들이 공연하기에 그다지 무리가 없는 작품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연극을 통해 우리가 만나고 싶었던 것은 한 여성의 삶의 모습을 나레이션처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한 여성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역사와 시대 그리고 당시 여성에 대한 학생들의 시각과 해석을 통한 그 의미전달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2)배우
여자연기자들의 기량은 비교적 무난한 편이었으나 남자연기자들의 기량은 많이 떨어지는 편으로 극의 완성에 있어서 많은 방해요소가 되었다. 또한 무대상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등의 행동은 관극을 하고 있는 관객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귀분네 역할을 맡은 학생은 시종일관 자신이 극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듯이 보였고 공연 중 극적 긴장감을 잃지 않은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3)관객
휴일임에도 극장을 가득 찾아준 관객의 협조는 많이 기억에 남는다.
4)무대
학생극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무대미술의 무성의는 많은 것을 잃게 하였다. 또한 평면적인 동선과 위치의 선정은 단순하였고 작은할머니의 내면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극적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극중에 사용한 핀조명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어설픈 사용으로 오히려 극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본다. 그러나 의상은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이었다.
5)완성도
무대미술과 연출의 단조로움 때문에 극이 진행되면서 점점 지루한 공연이 되었다. 그러나 연기자들의 고른 기량과 지도교사의 모습에서 차기년도 좋은 작품을 기대해 본다.
★호원고등학교(작품:산국-2003. 7. 18)
1)희곡
학생들의 연극제작 수준에 비해 작품이 어렵다고 본다. 텍스트의 해석, 인물의 형상화 등에 무리가 앞섰다. 자신들이 소화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 연습하고 공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2)배우
많이 미흡하다고 본다. 연기자들 간의 앙상블을 말하기 전에 공연의 전반적인 깊이를 재고해야 할 것이다. 화술이 부족한 것도 지적하고 싶다.
3)관객
관객들의 공연관람 협조는 무난한 편이었다. 또한 장면전환 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스텝들의 모습은 보기 좋았으나 너무 많은 인원이 동원된 것은 아닌지 의문된다. 절대적인 숫자의 인원만 무대에 스텝으로 오르는 계산이 필요하다.
4)무대
나름대로 무대를 만들고 활용하려고 했으나 극하고의 만남이 일어지지 않아 불필요한 장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무대를 알고 그 활용도를 극하고 접목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5)완성도
극 속에 녹아있는 극적갈등과 그 내면에 숨어있는 깊이를 살려내지 못해 전체적으로 밋밋한 공연이었다. 산국이란 작품은 슬프게, 억울하게, 스스로 힘없이 삶을 마감한 근대조선 말 여성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그것은 동시에 시대를 뛰어넘어 한국의 모든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삶의 아픔이다. 또한 전란을 통해 양반과 상민의 대립 그러나 민족 앞에서 화해를 모색하는 작품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이러한 점이 모두 무시된 공연이었다고 본다. 정확한 해석이 없으니 학생들로서 바라보는 작품의 새로운 재해석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준비하고 노력한 흔적과 지도교사의 애정은 호원고등학교 연극반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더욱 겸손하고 노력하는 연극반이 되길 바란다.
★의정부여자고등학교(작품: 탑과 그림자-2003. 7. 18)
1)희곡
현대인이 안고 있는 과도한 소유의 문제를 다룬 희곡으로 끝마무리의 교훈적 설교는 극의 재미를 크게 반감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전달력의 문제로 인해 내용이 다소 모호하고 어지러운 편이었다. 적절한 희곡 선택이었지만 그 해석은 크게 못미친 작품이었다. 본선에 참가하는 작품으로 선정되었으니 남은 기간동안 철저히 대본부터 다시 분석하여 준비하기 바란다.
2)배우
학생들의 당당함이 좋았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역할에 대해 학생극답게 자유롭게 연기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그러나 과도한 리액션과 깊은 느낌 없이 표현되는 연기의 과함은 자칫 학예회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더욱 심도있게 분석하고 훈련하길 바란다.
3)관객
대체적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단지 더 다양한 공연을 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4)무대
무대의 전체적인 균형은 불안전했다. 한쪽으로 치우친 무대의 모습은 공연내내 관객의 시각을 답답하게 했고 어지럽게 했다. 무대의 재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5)완성도
10여명이 넘는 인원이 등장해 정신병동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으나 성격분석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관객은 다양한 인물의 모습을 무대상에서 만나고 싶은 것이지 정형화된 인물을 만나고자 극장에 오는 것이 아님을 늘 숙지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더욱 다듬고 남은 기간동안 철저히 준비한다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는 희망을 잃지 않게 한 작품이었다.
★보영여자고등학교(작품: 우상의 눈물-2003. 7. 19)
1)희곡
이번 청소년연극제에서 공연된 작품 중 가장 우수한 희곡이라 평가한다. 소설인 작품을 희곡으로 만들어가는 데서 오는 혼란과 문제점을 많은 토론과 준비 그리고 연습을 통해 다듬고 손질한 모습이 좋았다. 단지 선생과 지숙의 관계 그리고 주변학생들과의 관계설정을 더욱 선명하게 구성하여 재구성한다면 좋은 작품이 탄생하리라 본다.
2)배우
오래 연습하고 준비한 공연이라는 것이 보였고 학생들의 화술이나 연기력이 돋보였다. 또한 앙상블도 좋았고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공연하는 연기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잘 짜여지고 연습한 공연을 통해 오히려 배우들이 억눌려 살아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지적사항이라고 본다. 남은 기간동안 철저히 학생들의 연기를 살아있게 만들기 바란다. 또한 선생과 지숙의 과다한 연기는 극의 흐름을 답답하게 하고 이질감을 느끼게 하므로 많은 지도가 있길 바란다.
3)관객
관객들과 연극이 만나는 수준은 이번 청소년연극제 기간을 통틀어 가장 우수했다. 이는 학교와 연극반의 지속적인 공연과 이를 통한 관극훈련의 결과로 본다.
4)무대
다른 작품들보다 여러 면에서 탁월했다. 무대와 극이 만나는 지점도 훌륭했고 극과의 조화도 이뤄내 공연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다양한 대도구와 소도구를 사용한 것도 좋았다고 본다. 단지 조명에 있어서 여러 제약이 있었겠지만 조금 더 세심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5)완성도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해본다. 그러나 대본을 정확하게 다시 수정하고 연기자들의 살아있는 연기를 부탁하고 싶다. 또한 극의 템포와 리듬감을 더욱 살려 활기찬 공연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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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후기
대상을 수상한 보영여고를 제외하고 영석고, 의여고, 호원고, 덕소고의 성적이 비슷했던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 장시간 토론을 통해 두개학교를 선택해야 하는데 많은 고심을 하였다. 혹여 신중하지 못한 선택으로 학생들의 눈물을 훔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봐 노심초사하였다.
마음 같아선 보영여고를 제외하고 모두 본선 참가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어떤가 하는 고민도 했으나 반드시 참가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선택을 했다.
남은 기간동안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 심사를 하였다. 작품의 완성도, 각 학교연극반의 전통, 연극활동의 참여도, 지도교사의 준비성, 학생들의 준비와 열의 등...
그러나 무엇보다도 4개학교 중 그래도 전체적인 극적 완성도가 우수한 학교를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오랜 고민과 토론을 통해 결국 우린 보영여고, 영석고, 의여고를 대상, 금상, 은상으로 결정하였다. 3개 학교의 지도교사와 학생들은 본선에 참가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눈물과 아픔을 생각해 남은 기간 동안 충분히 토론하고 연습해 좋은 작품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영석고와 의여고는 연극반 창단이후 첫 출전하는 연극반임으로 우리 모두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동시에 더욱 분발하기를 기대해 본다.
2003. 7. 19
심사위원: 안 치 운, 이 덕 근, 김 도 후
■이 글은 세 명의 심사위원들이 각 공연마다 제출해 주신 심사평을 토대로 재정리한 내용임을 밝혀둡니다.